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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水畵와 Landscape, 대지에 펼친 인간의 삶과 꿈 山水畵와 Landscape, 대지에 펼친 인간의 삶과 꿈
-謙齋 鄭敾과 Paul Cézanne를 중심으로
李泰浩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제16회 한국미술인대회로 개최한 첫 번째 평화미술제를 축하합니다. 처음 나에게 요청한 주제는 ‘미술이 말하는 평화’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준비도 불가능하려니와 내가 소화할 수 없는 큰 내용이어서 참여를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풍경화를 떠올렸습니다. 동양의 山水畵와 서양의 Landscape에는 사람들이 땅에서 살면서 펼친 꿈이 담겨 있다고 생각들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원하는 평화 또한 그 대지의 그림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합리화시켜본 것입니다. 나름 꾀를 낸 거지요. 합당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겸재 정선과 폴 세잔느를 염두에 두고 발제의 주제를 정했습니다. 기획팀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평화미술제 세미나에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난 30년간 조선후기 진경작품의 현장을 답사해왔습니다. 그 결과를 통합하여 2007년 10월 한국미술사학회가 주최한 ‘18세기 동아시아 산수화의 양상과 관계성’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심포지움에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진경작품과 실경현장의 닮음과 닮지 않음을 비교하여, ‘실경에서 그리기와 기억으로 그리기’로 정리해 보았던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2001년 8월 프랑스 여행시 폴 세잔느를 답사할 때 갖게 되었습니다. 오베르, 바르비종, 엑상 프로방스, 레스타크 등 세잔느의 풍경화 현장을 다니면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를 떠올렸던 것입니다. 이때 답사기는 ‘자연을 대하는 같은 감명, 다른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월간미술 2002년 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謙齋 鄭敾(1676~1759)과 Paul Cézanne(1839~1906)는 자신들이 살았던 땅을 대상으로 개성적 회화세계를 완성한 거장입니다. 물론 정선은 18세기 조선을 대표하고, 세잔느는 19-20세기 세계미술의 흐름을 주도한 화가이지요. 대지를 그렸다는 것 외에, 두 사람을 비교대상으로 삼은 의도에는 아직 국제성을 갖지 못한 우리의 겸재 정선을 세계적인 작가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내심이 담겨 있습니다. 아무튼 두 화가는 선택한 풍경을 변형함으로써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정선은 형상의 과장을 통해, 세잔느는 형상의 해체를 통해 각자의 시대에 최선의 회화형식을 재창조하였습니다.
겸재 정선은 조선후기 숙종ㆍ영조시절에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한국회화가 곧 ‘정선’이라 이를 만한 화가입니다.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이미지의 과장으로 표현한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조선시대 문인의 성리학적 이념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정선의 변형방식은 동시에 근대를 앞둔 시절의 땅과 회화에 대한 인식 변화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정선의 진경작품이 세잔느의 그것과 멀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폴 세잔느는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에 이어 자연을 새롭게 해석한 서양 현대미술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 꼽히는 화가이지요. 영국의 미술이론가였던 Roger Fry(1866~1934)는 ‘세잔은 20세기 초 모든 화가들의 부족신’이었다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세잔느의 회화에 나타난 다시점이나 형상의 해체는 입체파 내지 추상미술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세잔느는 19세기 자본주의 산업문명에 손상당하기 이전의 자연을 그리워하면서 풍경화에 몰두한 작가입니다. 산업화의 진행을 못마땅해 하면서 기독교적 이상을 표했던 점이 그러합니다.
정선의 山水畵와 세잔느의 Landscape는 자연 풍경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길어올린 결과로, 각각 동서양의 문화를 대표할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두 작가는 주최측에서 제시한 ‘폭력이 사라진 평화’의 범주에 넣어도 되겠구요. 또 두 작가의 과장과 해체라는 변형방식, 그리고 이념문제는 ‘지구생태’의 문제와도 연관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특히 정선과 세잔느의 畵法은 예술형식에서 ‘인류의 전통적 지혜’를 모색하기에 중요한 대상이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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