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매체시대의 미술운동 시각매체시대의 미술운동
이영준(평론분과)
1. 변화하는 미술개념, 변혁하는 미술개념
미술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제 미술은 화가가 상상한 것을 손으로 충실하게 옮겨 그리는 행 위가 아니다. 오늘날의 작가들은 사진을 토대로 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아니면 사진을 직접 화면 에 오려붙인다거나, 최소한 화면 속에 사진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요소들을 도입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미술운동진영에 있어서나 제도권미술계에 있어서나 마찬가지의 사정이다. 이는 오늘날의 작가들이 사진이라는 시각 이미지가 가져다 주는 독특한 효과에 주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진이라는 또 하나의 현실을 어떤 식으로든 해석하지 않고는 회화를 통해 셰계를 열어 보이는 가능성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들 중에는 상상력의 부족 이나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는 체험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 사진을 회화의 근거로 삼는 경우도 많 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회화나 조각같이 비교적 전통적인 장르에 사진이나 비디오, 기타의 복제매체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시각매체를 바라보는 작가의 입장 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80년대의 미술운동을 열어놓은 [현실과 발언]이 사진이라는 시각매체의 이미지를 독특 하고도 비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미술을 통해 현실을 언급하는 새롭고도 비판적인 방식을 만들어 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미술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문제는 매체를 어떻게 사 용하는가 하는 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제는 작가들이 자신을 '화가'나 '조각가'라는 낡은 개념의 틀 안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 우선 '화가'라고 했을 때 그 말은 그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 전개되는 다른 모든 시각적 대상들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캔버스와 물감의 세계 속에만 살아감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화가는 없다. 그는 끊임없이 혀를 날름거리고 목을 죄어오는 텔레비젼, 비디오, 광고, 만화 등의 시각매체의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으므로, 자신이 캔 버스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도 어쩔 수 없이 그러한 현실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예로 오늘날 많은 작가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이나, 아니면 그와는 반대로 사물의 입체성 을 부정하고 평면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적 시각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나 텔레비 젼의 시각으로 변형되고 왜곡된 원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민중미술, 제도권미술 양자에 공통 된 현상이며, 동양화, 서양화에도 공통된 현상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화가는 더 이상 옛날의 의미 에서의 화가는 아니다. 그들은 다채로운 시각현실들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시각예술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비디오나 시진 콜라쥬 등을 통해 시각매체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작가들 뿐아니라 캔버스나 화선지에 작업하는 이들도 그들과 똑같은 시각환경에 처해 있 으며 똑같은 영향을 받고 살아가며 작업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제는 시각매체를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그것이 왜 미술문화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하나 더 첨가하거나 열어 보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있어서 올 바른 미술문화를 세우는 일과 직접 연관되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미술과 정치 의 관계를 많이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주로 주제나 소재의 차원에서만 얘기가 되지, 미술이 정 치화되기 위한 대상적이고 기능적인 측면, 따라서 아주 부차적인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측면에 대해서는 얘기가 별로 안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한 미술이 변혁적이 되기 위 한 조건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미술이 변혁적인 그림으로써가 아니라 미술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과 방법의 변혁, 따라서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 혁을 통해 주도되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미술운도의 과제는 매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왜 매체를 활용하는가
일반적으로 시각매체라 했을 때, 그것은 주로 사진, 영화, 비디오, 텔레비젼, 만화, 포스터 등의 대량으로 복제되는 이미지들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전통적인 회화나 판화도 넒은 의미의 시각매체이기는 하나 이미지를 이루고 있는 매체의 기능적이고 역사적인 변동이 폭넓은 대중들과 의 조응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 우리는 시각매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보게 된다. 따 라서 시각매체를 미술운동에 활용한다는 것은 대량으로 복제되는 이미지들이 가지는 부정적, 긍 정적 가능성과 그러한 가능성을 받쳐주는 기능들을 '역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매체를 가지고 기존에 알려져 있는 주제를 좀 더 새롭고 신기한 방식으로 묘사해보는 것 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들어 박불똥이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을 가지고 정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비꼬는 꼴라주를 만들었을 때, 그는 그러한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의식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재확인시켜 보여준 것이 아니라, 비판의 또다른 방식과 차원을 보여준 것이다. 박재동의 만 화도 그런 의미를 가진다. 그는 만화가 가지는 유머들을 정치의 장에서 웃게 만듦으로써 그전까 지 아무도 보지 못했던 만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보여주었고, 그것은 만화 자체의 새로운 탄생이 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운동과는 좀 거리가 있는 얘기지만, 한국 출신의 작가 중 유일하게 현대미술사 책에도 빠 짐없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백남준이 비디오를 매체로 삼고 있다는 것은 시 각매체가 가지는 변혁문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백남준의 성공은 당시까지 기 존 문화의 틀에 한자리 잡고 들어와 있지 못하고 (적어도 비디오예술이 생겨난 60년대 초반까지 는) 주변적인 문화로 맴돌던 비디오를 영역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체 중심의 접근이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임을 상징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홀로그램이나 컴퓨터 그래픽같이 계속해서 새로이 나타나는 첨단매체들은 자본에의 예속의 정도 가 강하고, 따라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가 이익을 표현하는 매체로 사용될 공산이 크지만, 그 만큼 대중들이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제까지 있어 왔던 예술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예술 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도 큰 것이다.
3. 시각매체를 통한 미술운동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미술운동은 매체를 잘 활용해왔는가? 그 대답은 일방적으로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80년대 들어 시작된 민중미술운동이 일정한 정도로 시각매 체의 효과적인 활용을 운동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현실과 발언]은 독점화 되 고 사유화된 소통의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위해 인쇄, 복제매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일 반적으로 시각매체의 개념이 도시적인 감수성에 초첨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면, 한편으로는 전통 적인 감수성에 현재적인 의미를 부여한 판화운동의 경우에도 매체의 문제를 얘기해 볼 수 있다. 즉 민중미술운동에 있어서 판화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도 판화의 칼맛이나 먹과 여백의 대비에 서 오는 분명하고 강렬한 묘사, 이를 통해 표현되는 한과 신명, 삶과 죽음 등 판화만이 전달해주 는 독특한 느낌이 있어서이겠지만 무엇보다도 미술운동을 통해서 판화가 새롭게 태어난 것은 판 화가 가지는 시각매체로서의 특성 때문이다.
즉 [현실과 발언]의 매체 개념이 대량 복제를 겨냥한 것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시각 이미지의 소통질서에 도전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면, 두렁이나 광주의 [시각매체연구소]의 판화운동 은 판화의 복제성에 바탕을 둔 대량 보급이라는 기능적 측면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었다. 그러나 판화가 대량으로 복제가 가능하다고 해서 도시화된 산업사회의 감수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었다. 전체 시각문화의 구도 속에서 보면 미술운동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판화 의 대중적 확산력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판화자체가 복제되어 보급되는 경우 보다는 판화특유의 선, 질감, 대비 효과 등을 살린 작품이나 책표지화, 삽화 등의 형태로 보급된 것들이 많았었다. 따라서 매체의 기능적 측면에서 볼 때 판화운동은 반쪽의 성과밖에 못 얻었다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술운동이 이제는 비디오나 컴퓨터와 같은 첨단매체에 관심을 돌 리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매체의 영향력과 확산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소박한 관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술운동에 있어서 매체의 개념이 등장한다는 것은 결국 미술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 '조 직해내는' 것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더이상 작품의 모든 요소들을 새로이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다. 작가는 자기 둘레에 있는 무수한 소재들, 예술적인 소재들 뿐 아니라 일상 문화적 이고 사회적이며 정치적, 생산적, 소비적인 온갖 소재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능연관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발터 벤야민은 '생산자로서의 작가'라는 글에서 그러한 매체의 기 능 변환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모든 예술매체를 생산의 도구하는 관점에 서 볼 것을 주장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생산의 수단이 노동자에게 있는가 자본가에게 있는가가 사회체제를 변혁하는데 중요한 관건이듯이, 예술이라는 생산수단이 어떤 사람의 손에 있는가 하 는 점이 중요한 것으로 대두된다. 유화나 조각같은 전통적인 매체들을 아직까지도 하나의 생산수 단으로 보기 보다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신적인 수단으로 보는 것은 매체에 대해 신비화하는 작용이 아직도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체를 생산수단으로 본다는 것은 작가자신도 한사람의 생산자로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 라서 그른 생산수단을 둘러싼 생산관계의 바깥에서 그것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적인 생산관계 속에서, 또한 예술의 생산관계 속에서 자신은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관점을 획득하게된다. 우리가 다루려는 시각매체들도 그것 자체가 본래 어떠한 속성을 가지는가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을 어떠한 생산의 맥락속에 놓아두는가 하는 것 이다. 비디오라는 매체는 본래 그 탄생에 있어서는 대단히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는 비디오 문화란 것은 동네의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보는, 주로 미국제의 폭력, 오락물이거나, 포르노물로 대표되는 것들이며, 직접 비디오를 사요하여 뭔가를 기록하는 경 우도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의 기록 등 대중들의 진정한 욕구와는 무관한, 억지로 창출된, 소외된 욕구를 조작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는 그러한 소외된 소비의 방식이 아닌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 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요즘은 왠만한 곳이면 VTR 이 이루어졌던 시각적 대중교육은 비디오를 통해 더욱 확장된 방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디오는 영화에 비해 제작과 보급이 간편 하므로 이제까지 소형영화가 담당했던 현장기록과 대중선전이라는 과제를 훨씬 효과적으로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비디오를 통해 노동투쟁의 현장과 현황을 속보성있게 전해준 [노동자 뉴스]의 성과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4. 실제사례, 성과와 한계
애니메이션의 경우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애니메 이션은 주로 아동들의 허황한 꿈을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었으며, 애니메이션만 이 가지는 독특한 현실 재구성 능력이나, 모사의 폭과 깊이 등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해왔다. 그러 나 최근들어 애니메이션 전문 프로덕션인 서울무비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가능한 상상력의 적극적 인 전재를 통해 역사와 현실을 재구성하여 대중들이 재미있게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포괄 범위는 순수 미술, 고급문화가 교양 있는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모든 계층과 연령의 삶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냄으로써 폭넓은 대중적 수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진도 우리 사회 속에서 소비적인 생산관계 속에 편입되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진 이미지들은 광고나 홍보 등의 상업적인 목적이나, 아니면 보도사진의 경우에도 알게 모르게 지배 이데올로기의 전달자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는 사 진에도 중요한 변혁적인 계기가 내재해 있다. 사진이미지를 생산적인 방향에 사용하는 경우를 우 리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박불똥이라든가 신학철, 김환영과 같이 꼴 라주나 몽타주와 같은 기법을 통해 사진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이며 또하나는 사진 자체를 통한 기록과 선전 선동의 역할에 중점을 두는 [사회사진연구소]와 같은 단체들, 개별 사진 작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작가나 단체들은 사진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치는 방향 을 역전시킴으로써 소비의 매체를 변혁의 매체로 바꾼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말 자자면 매체가 전달해주는 배후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해냄으로써 역전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 다.
[사회사진연구소]의 경우는 사진 이미지를 현장으로부터 직접 생산함으로써 사진을 통한 현실 적 사태의 해석이라는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속에 소통되는 대부분의 사 진들이 심지어 객관성과 불편부당성을 주장하는 보도사진의 경우도 지배 이데올로기의 전달매체 로 작용하고 있음을 상기해본다면, 사진을 올바른 입장에서 활용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찍는 단계에서의 현실에 대한 해석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변혁적인 매체로서 의 사진이 지배적인 사진의 어법에 함몰되어 있는 기존의 사진들과 같은 것이 아니라 변혁적인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기록함으로써 변혁적 이념을 견지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기계적인 기록인 사진의 경우는 변혁적인 입장을 어떻게 기록의 단계에서 담아낼 수 있는 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까지 다를 수가 있는가 하는 물음들이 끊임없 이 따라 다닌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물음들이 현장에서 사진찍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기력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학에 있어서나 그와는 정반대 되는 기술방식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 있어서나 리얼리즘의 원칙이란 기록이나 기술의 차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 라 하나의 대상을 둘러싼 세계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 이에 따르는 전형성이나 총체성 창 출의 문제라고 한다면 사진을 통해 하나의 변혁적인 입장을 나타낸다는 것은 촬영을 위한 기회그 이 단계 기획을 실천하기 위해 대상과 소통하는 단계 그리고 촬영된 결과를 선정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이미지언어의 어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진적인 회화를 통해 시작매체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작가들로서 우리는 김환영과 김영진을 들 수 있다. 김환영은 그의 포스터나 회화작업을 위해 다양한 생산현장이나 가투의 장 면을 담은 사진의 이미지를 활요하여 회화적인 이미지로 전환한다. 그가 사진 이미지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그 객관성과 현장성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진이 현실의 다양한 모습들중 에서 가장 본질적인 국면이 집약되는 순간을 잡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회화의 사실적인 묘사방식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도 사진 이미지의 독특한 느낌을 캔버스에 살려내는 김영진의 경우도 회화를 통해 사진을 재해석하는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회화 는 사진이 가져다 줄 수 없는 치밀함과 사실적인 관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스 쳐가는 순간의 기록에 불과할 수도 있는 사진을 토대로 하여 산업자본주의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그러나 사진 이미지를 이용하여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경우는 사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해하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경험부족 상상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단순히 사진을 차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사진의 활용이 오히려 회화적 관찰 모사눙력을 저하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게 만든 다. 이는 결구 시각매체로서의 회화와 사진 또한 다른 기계복제 이미지와의 관계가 충분히 탐구 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각매체의 활용은 하나의 매체나 장르가 다른 매체 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충돌을 통한 기능의 전환 매체들의 고유한 언어가 서로 넘나드는 경우에만 생산적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최병수의 걸개그림이 걸개그림의 고정된 패턴을 창출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개그림의 변형된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은 걸개그림을 하나 의 매체로서 대접하는 온당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그가 도시환경속에 존재하는 광고나 영화간판 같은 여러 가지 시각 이미지들이 있던 자리에 걸개그림을 대신 넣은 일종의 사 진꼴라쥬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이제까지의 자신의 걸개그림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매체 의 확장된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으로 보인다.
시각매체시대의 미술운동 - 다섯가지 사례
편집자 주 : 총론에 이어 현재 주목되고 있는 몇가지 매체제작의 사례를 소개한다. 여기 소개되 고 있는 사회 사진 연구소, 김영환, 최병수, 서울무비, 오경화의 작업들은 그 매체적 능력을 아직 충분히 실현하고 있는 단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지금까지 보다는 앞으로의 과제가 산 적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며 그런 까닭에 기존의 활동에 대한 점검보다는 각각의 창의적 인 가능성을 읽어보는 것이 이 기획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기획은 매우 단 시간의 취재와 정리를 통해 이루어져 초보적인 소개와 정보제공을 넘어서지 못하며 이 점 회원 안팎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양해를 구한다. 대상 작가와 단체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차후에 보다 전문적인 탐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각각의 사례에 접해주기 바란 다.
사례정리 :
사회 사진 연구소 : 이영준
사회 사진 연구소 외 : 박찬경
사례 1 - 사회 사진 연구소
사회 사진 연구소 (소장 이기원, 이하 사사연으로 약칭)는 노동자 계급의 당파성에 입각한 사진 을 통해 변혁 운동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잡지나 팜플렛, 전단, 포스터 등에서 볼 수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한 얼굴과 강인한 투쟁의지를 담은 사진들은 [사사연]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작업해낸 결과이다. 이들의 활동이 아직은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시각이미지의 지배질서를 크게 뒤흔들어 놓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사진이 생산되고 소통되는 새 로운 민족사진연구소라든가 각 대학의 사진 서클들, 울산이나 거제 등의 사진팀 등을 통해 사진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단위들이 많이 생겨나, 사진운동이 점차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임을 말해 준다.
|
hit: 17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