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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미술운동의 반성과 90년도의 과제  80년대 미술운동의 반성과 90년도의 과제 원동석(목포대교수) 이번 민족미술대토론회에 발표하는 요지는 [민족미술]지 7호에 게재하였던 본인의 글 "80 년대 미술의 결산과 과제"에 뒤이어 미처 개진하지 못했던 내용을 보충하면서 추후 미술운 동의 쟁점으로 부상되리라고 보는 몇 가지 주제를 간추려 본인의 생각을 피력하겠습니다. 물론 본인의 생각에 참석자 모두가 동의하리라고 보지는 않으며 여기에는 미술 세대간의 인 식의 차이 및 미술운동선상의 주의 주장이 새롭게 바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의 갈등도 상존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역사의 변화와 진보의 개념은 동일한 개념일 수 없습니다. 가령 마르 크스 사상원리를 벗어나 보이는 공산권의 사회변화는 진보인가 반동인가, 금세기 산업사회 의 급속한 변화는 인류문화의 진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회의는 반드시 일치하 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민중미술의 발전과제라는 것도 오늘의 사회현실을 인식하는 세계관을 기초하는 만큼, 인식 능력의 편차를 도외시할 수 없는 노릇이며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의의도 여기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선 민미협이 당면한 조직 운동론에 관한 과제는 이 자리에서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서주곡처럼 연주되는 정세전망론도 탁월한 정세분석가에게 맡겨 두겠습니다. 다만 궁 금하게 짚고 싶은 과제는 현 시기에 야권통합운동과 통일운동이라는 두 기류가 하나로 뭉치 지 못하고 각기 세력화하는 일련 과정을 보념서 어떻게 파쇼 정권과 투쟁하는 대중조직을 효과적으로 확대하여 우리가 바라는 변혁운동의 세력들간의 전략전술면에서 혼선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에서 한 마디 하고자 합니다. 이 점 오늘의 문화운동도 80년대에 비해 선명해진 이념의 부상이며 인식논의와 실천의 쟁점들이 부각되어 있기는 하지만 양적 팽창 에 비례하는 질적 변화를 초래할만한 계기들이 마련되어 있는지, 변화의 이동인지 진보의 비약인지 판단을 어렵게 합니다. 무언가 90년대 미술운동은 80년대의 한계를 반성하면서 도 약의 단계를 이룩해야 한다는 과제는 역사의 진보론을 믿는다면 당위적인 실정입니다. 그렇 다면 80년대의 한계와 반성점은 무엇인가?   80년대 민족미술의 한계와 반성점   80년 초기에 모더니즘과 결별하면서 새롭게 민족, 민중미술을 이끌었던 선배 작가 및 평 론가들에 대한 후배운동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라고 봅니다. 1. 모더니즘의 허구성과 사회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측면에서 일정한 기여를 했던 선배 작가들(평론가 포함)은 민족모순, 계급모순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음 으로써 비판적 리얼리즘의 한계에 머물렀다. 이는 예술지식인으로서 자기 계급적 속성인 소부르조아적 세계관 반영에 불과한 것이다. (이 점 [현실과 발언]의 작가들은 동네북으로 표적의 대상이 되었다) 2. 민중에 기반을 둔 정서와 힘의 표현은 민족미술의 형식으로써 민화의 재발견과 활용이 라는 결합단계로 나아갔으나 민중개념의 혼란과 관념적 이해가 증폭됨으로써 생경한 내용의 소재주의, 도식주의 편향을 낳았다. 여기에 전문성과 민중성(소박성), 형식성과 내용성의 대 립문제가 노출되었습니다. 따라서 민중의 주체적 인식문제는 객관적인 사회과학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무 계급적 민중론을 비판한 다음 노동자 중심의 계급적 관점에 설것과 노동현장 중시의 반영을 고취하는 '당파적 현실주의'내지 '진보적 현실주의'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을 90년대의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중미술의 장르로서 벽화, 만화, 걸개, 깃발그림, 공예 등을 개발하 는 동시에 개인창작 보다는 공동창작을 중시하는 풍조가 압도적이라고 하겠으며 계급투쟁을 강화하기 위하여 현단계의 미술창작에 정치선동선전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 직도 미술은 현실 변혁, 노동해방의 기능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요약한다면 사회과학적 인식은 정치경제학내지 사회구성체론을 의미하는 것 같으며 좀더 유물변증법적 인식의 관점에서 자본계급과 대립한 노동계급을 민중의 기본주체라고 파 악함으로써 민중성-계급성-당파성으로 연결되는 예술 이론의 주장은 사회주의 예술관, 혹은 주체사상 예술관의 논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이것이 80년대의 민중죽 민족주 의 보다도 훨씬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의 발전단계라고 보는 것이 90년대에 시발한 문화 운도의 이념논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존한 남한사회의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변혁의 전망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 의 문화세계를 지향하는 것인가? 어느 문화운동가도 솔직하게 전망의 세계를 말하느 것같지 않습니다.물론 이렇나 급진이론과 실천으로 사상의 탄압을 받고 있는것도 우리의 현실입니 다. 최근 사회주의 이론서들이 급격히 소개됨으로써 종래의 사상이론으로는 역부족한 현실 분석의 명료한 접근과 전망을 열어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몇 권 으로 습득한 지식을 가지고 곧바로 민중의 주체사상을 형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의 개방적 수용과 소화는 소중한 과정입니다만 하루 아침에 이같은 사상무장을 근거 로 현실변혁 논리로 삼는 것은 남한사회의 민중주체를 허약하게 보는 것이며 그간의 주적된 자생의 논리를 일거에 허물어뜨리는 일입니다. 우리는 반세기가 넘게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분단체제의 현실 속에서 갈라져 살아온 민중들이 겪은 살므이 상이한 경험이 상존하고 있으 며 저마다 주체적인 힘으로 민중의 역사를 만들어온 방법이 다릅니다. 또한 해외 동포들이 싸우고 있는 해방의 논리가 계급투장보다도 민주투쟁이자 통일투쟁을 우선시하는 것은 그 곳 상황의 절박함 때문입니다.   남북한 민중주체가 각기 상황에 따른 방법 지녀야   이점 남북한의 민중 주체가 각기의 상황에 따른 주의 사상과 방법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사실을 현실적으로 직시하면서 변증법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있는 것입니다. 특히 예술운동은 여타 사회운동의 방법과 달리 창조 적 풍요성과 전망을 보여주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속류 사회학의 견지에서 본다면 모든 예술과 문학은 협애한 계급적 이데올로기의 표현일 뿐이며 예술가는 각 계급 이기주의적인 이익의 옹호자로 나타날 뿐이다. 따라서 예술의 인 민성을 도식적으로 이해하거나 하물며 인민성을 계급성에 적대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 다. 위에서부터 예술의 인민성의 여러 형태가 역사적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 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 미학의 기초이론2 소련아카데니편) 덧붙여 전문적 기량의 축적을 소흘히 하는 민중작가들의 경향에 대하여 그들의 입장에서 충고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계급대립의 사회적 제조건 아래서는 사회의 작은 부분에 불과한 사람들에게 이용되는, 직업적인 숙달된 예술도 인민적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물며 우리 미술이 공산권의 전 문적이고 술달된 미술과 비교할 때 얼마나 기량면에서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가? 선 배작가들을 능가하는 기법을 연마하여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후배들이 사상적 논거만을 가지고 쉽게 재단하지 않았던가 반성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다시 그들의 어법을 빌어 계급성과 당파성의 문제를 논의해 보겠습니다. 무계급적 민중주의론에서 자본주의 사회현실에서 계급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진일보한 사회과학 의 이론 덕분이며 지금껏 민중개념은 심리적일고 윤리적 차원의 범위를 넘지 못한 사실을 시인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사회구성체를 계급적으로 분석하는 일과 민중 자신의 구성원을 계급적으로 세분하여 파악하는 일은 의미론적으로 분명히 다릅니다. 그것은 사회과학적 입 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겠지만, 유연하고 탄력적인 예술미학의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 한 인식틀인가를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엄연히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이 존 재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중간계급의 존재 인식입니다. 계급에의 인식 은 계급투쟁을 통한 궁극적으로 노동계급의 승리라는 목적의식의 달성, 실천에 있다는 것은 잘 아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무차별한 계급투쟁의 강조는 자본계급을 굴복시키지 못하는 한, 흑백노리로 써 적대 감정을 심화시키며 집단적 편가르기가 중간계층의 불안을 동요시킨다는 사실입니 다. 기회주의적인 중간계층을 노동계급쪽으로 끌어들여 결합시키려는 전략은 강경한 투쟁론 만이 아닌 유연한 방법이 없는가 하는 점입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혁명을 달성한 소련이 세계무대를 양분하다시피 그 혁명적 이데올로 기의 수출에 영향력을 미쳤던 일세기가 못가서 스스로 이념대립 투쟁의 종식을 선언하고 자 본주의 국가들과 평화공존을 모색하고 심지어 남한과으 협력 관계를 모색함으로써 자기 개 혁에 부신하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것이 우익의 논리대로 자본 주의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것처럼 떠드는 피상적 견해에 본인은 동조하지 않지마는 한편 마 르크스적 사상원리를 교조적으로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여 인식하려드는 경향 역시 엄중히 비판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불변하는 것은 민중의 존재 민중을 토대로 해야   최소한 우리는 게급사회라는 존재가 소멸할 때까지 끝없이 계급투쟁의 논리를 존개할 것 같이 보였던 공산권의 이런 변화에 대해 대립투쟁적 전략만이 결코 유일무이한 방법이 아니 라는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리라고 봅니다. 즉,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모순 대립 관례라는 도식적 이해로부터 상호보완적 상생관계 내지 노동 주체로부터의 자본의 수용관계라는 방법론적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그러나 어느 체계이든 불변하는 것은 민중의 존재이며 마르크스사상체계가 어떻고 그 사 회의 구성체가 어떻든간에 민중을 확보하는 것을 기본 토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계급성이나 당파성이라는 연결 체제도 민중성의 기초적 인식과 확보가 없이는 현실 적으로 전진할 수 없는 단계적 개념에 불과합니다. 마르크스, 레닌은 이를 가장 완전하고 심 오하게 오나성시켰다는 점에서 예술미학론에까지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는 한 이론적 허점을 남긴다는 점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시 마르크스적 어법을 빌린다면 우 선 당파성과 경향성의 개념을 구분합니다. "엥겔스는 예술창작의 사회적인 목적지향성을 경향성이라고 명명했다. 경향성은 일반적으 로 사회의 계급적 대립이 발전하면 할수록 보다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러 사회적 정치적 입장의 목적지향적인 옹호자로서의 예술의 경향성과 자신의 창작이 지닌 사 회적 역할을 완전하게 의식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의 당파성은 구별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런 구별에도 당파성은 추상개념이 아니며 노동자 계급의 정당이 자신의 작가와 예술가를 갖도록 하며 최소한 정당을 옹호하는 소속감을 가지고 당의 지도원리를 따르며 당 의 사업활동과 일치되는 요인을 가질 때 구체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규정짓고 있습니 다. 교육의 뿌리 심기부터 시작하여 일상 생활에 침투동화될 때까지 자본주의적 대중문화의 팽창에 맞서 이를 극복해 내는 민중문화의 변혁운동은 단순히 낱말 바꾸기로 이룩되는 일은 아닌 것입니다. 엄청난 괴력을 가진 자본문화의 공룡을 물리치기 위한 예술가로서의 관찰과 분석, 탁월한 상상력과 형상표현의 방법적 기술축적과 전문성의 확보는 지금부터이며 보다 숙달된 전문성의 확보는 가장 민중적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예술 작업 도 일종의 노동이며 인류의 품성을 고귀하게 높이는 노동이라고 마르크스 미학은 밝히고 있 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자본사회가 노동가치를 화폐가치로 수량화하고 자본 소유자의 종속관계 로 추락시킴으로써 인간을 물질화시키는 물신주의의 풍토에 대하여 진정한 노동하는 삶의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데 민중미술은 다각적으로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자주적인 인간상, 민족상을 창출해내야 한다고 봅니다. 산업화문명의 성장주의, 물량주의 팽창은 농경사회가 누렸던 자연과의 조화, 균형의 이념, 감정을 파괴함으로써 인류 자신의 물질적 영화가 자기 파괴를 초래하는 위험수위에 직면하 고 있으며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다툼, 계급투쟁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근원적 문제를 제기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현상에 매몰되다 보면 예술가는 보다 근원적 삶의 존재 이유마저 살 필 겨를이 없어진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삶의 터전이 되는 자연 환경을 상실한 다음에 계급투쟁을 쟁취해 낸들 허망한 인류의 종말을 맞이 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문제를 폭넓고 유연하게 사고하고 감성적으로 형상화하는 예술가의 활동이야말로 민중적인것이며, 민중적인 것에 기반을 둔 예술이야말로 체제를 넘어서 인류적 연대감을 맺 으며 영구적 생명력을 획득할 것입니다. 민족의 통일, 나아가 새로운 남북 예술의 통일지향 은 서로가 민중성에 기반을 둔 만남이라고 하겠습니다. 90년대를 향한 우리의 예술 신념을 이렇게 다져 나갑시다.